[전시회] 전쟁기념관 관람

6월, 기억하고 감사하는 발걸음 – 전쟁기념관에서 보낸 하루

2025년 6월 27일, 금요일 오후. 푸른 하늘과 적당한 바람이 반겨주는 날, 우리는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을 찾았습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오늘을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죠.

기념관 앞에 우뚝 솟은 호국탑은 말없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그 아래 펼쳐진 동상들은 격전지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일으키는 전우애와, 목숨을 건 투쟁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은 재경 마산고등학교 32회 동기회 회장 최재경, 사무총장 신종태의 제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신종태 사무총장은 육사 출신으로 이번 행사에 해설과 강연을 섭외해서 뜻깊은 모임이 되었습니다. 용산 전쟁기념관을 몇 번 방문했지만 홍석주 해설가의 명품 해설과 한성대 김유석 박사의 멋진 강연을 통해 6.25 전쟁과 해외파병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전시관 내부로 들어서자, 6.25 전쟁 발발 당시 남북한 군사력의 비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차 0대, 전투기 0대였던 대한민국과 비교해 수백 대의 전차와 항공기로 무장한 북한의 모습은, 전쟁이 얼마나 불리하게 시작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숫자를 뛰어넘는 용기와 연합군의 도움은 전세를 뒤집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김일성, 스탈린, 마오쩌둥의 남침 모의 내용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쟁이 단순한 남북 간 갈등이 아니라 국제 정세와 이념의 충돌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바로 옆에는 소련제 군용 오토바이와 사이드카가 전시돼 있어 전장의 긴박함을 상상하게 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유엔 참전국 소개였습니다. 미국, 영국, 터키, 필리핀 등 무려 16개국이 한국을 도왔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감사한 나라들이죠. 그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과 연합군의 규모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전후 복구와 안보의 이름으로 다시 세계로 나아갔던 한국의 또 다른 역사를 알게 되었지요.

전시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압록강수(鴨綠江水)’라 적힌 군용 수통이었습니다. 겉보기엔 낡고 작은 알루미늄 수통이었지만, 이 물통을 들고 행군했을 병사의 모습이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6월은 단지 추모의 달이 아닙니다. 배움과 감사, 그리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다짐의 시간입니다.

전쟁기념관은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게 할 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의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기게 만들어 줍니다.

여러분도 이번 6월, 호국보훈의 달에 전쟁기념관을 한 번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말없이 전해지는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조용한 울림으로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