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인간은 왜 무리를 짓는가?
특정 의견이나 태도에 집단적으로 동조하는 현상은 피할 수 없는가?
동조 현상의 장점과 부작용은 무엇인가?
왜 차이와 이견,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가?
어떻게 하면 다양한 이견 위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까?
개정판을 내며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자를 꼽으라면 단연 플라톤일 것이다. 그가 민주주의를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은 그것이 참된 지식이 아니라 공중의 의견에 기초를 둔 체제였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만인이 의견을 갖는 체제의 귀결은 억지 주장과 그에 휩쓸리는 여론 이상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무엇이 정의로운 것이고 옳은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교육받은 사람이 체제를 이끌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이런 생각은 오늘날까지도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정 사안에 정통한 전문가가 이런저런 파당적 의견과 대중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체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만인이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자유로운 민주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지만, 다양한 의견과 주장 그 자체가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플라톤의 도전은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사회에서조차 집단적 쏠림 현상이나 편향성의 집단적 강화 현상은 피할 수 없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국가권력과 같은 외재적 요인들의 개입이 없어도 나타나게 마련인 인간 사회의 본질적 특징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왜 무리를 짓는가? 왜 특정의 의견이나 태도에 집단적으로 동조하는 현상을 피할 수 없는 것일까? 그것이 갖는 장점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부작용은 무엇인가? 왜 차이와 이견,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가? 이견과 다양성의 존재를 우리는 정당화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양한 이견 위에 서있는 민주주의 체제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역사적 사례들과 심리 실험의 결과를 통해 따져 보고 있는 이 책은 2009년 번역 출간된 이래로 꾸준히 애독되었다. 다만 출판사 입장에서 늘 아쉬웠던 것은, 지나치게 미국적인 사례나 예시 몇 가지가 국내 독자들의 독서를 방해하는 점이었다. 이에 미국 출판권자과 국내 번역자의 허락을 얻어 원문 가운데 꼭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삭제한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 더불어 판형과 종이 선택에도 변화를 줌으로써 좀 더 독자 친화적인 책을 만들고자 했다. 이 개정판이, 이견과 갈등을 민주사회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하면 이견과 갈등 속에서도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데 부디 쓸모 있게 소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