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이유를 묻지 않고 그냥 하라는대로 무작정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이유없는 무덤은 없다고 합니다. 이유는 어떠한 결론이나 결과에 이른 까닭이나 근거를 말합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은 위에서 명령하고 아래에서는 무조건 따르는 것입니다. 맞거나 틀림에 아랑곳 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태도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는 변화무쌍한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상대가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면 다짜고짜 복종하는 방식으로는 창의성을 절대로 키울 수 없습니다. 끝없이 이유를 따지고 묻는 과정에서 서로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무조건 시키는대로 하려는 노예 근성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한번 젖으면 그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때는 80년대 초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대부분 회사 내 좌석 배치가 큰 사무실에 신입사원이 제일 앞자리에 앉고 그 다음에 대리와 과장이 부하 직원의 뒤통수를 보고 순서대로 앉고 맨 뒤에 부장에 앉는 식이었죠. 한마디로 감시를 위한 자리 배치였죠. 그런데 어느 과장과 부장이 수시로 대화를 합니다. 아주 큰 소리로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말합니다. 누가 들으면 마치 싸움이나 하듯이 때로는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합니다. 대부분 일에 관한 내용입니다. 대화가 종종 상당히 격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지노 선을 넘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서로 자주 격렬하게 대화하는 가운데 서로가 배우게 됨을 이미 깨달은 겁니다. 이렇게 사장이 위에서 지시한 일에 대해 서로 묻고 따지고 대화하면서 돌파구를 찾아내는 지혜를 필자도 곁에서 은연중 배웠습니다.
묻고 따지면서도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대화법은 성숙한 방식입니다. 이유를 캐묻지만 상대가 감정 개입이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얼마든지 성숙한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이유를 묻는 것은 권장할 만한 방법입니다. 관찰력과 창의력을 키우려면 이유부터 캐물어야 합니다. 이유를 알면 동기부여에 큰 도움이 되며 목표를 달성하는데 이바지 하게 됩니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큰 일에 이르기까지 이유를 알면 방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조직 내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못할 정도로 경직되어 있다면 심각합니다. 그런 기업이 롱런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런 조직의 기업 문화는 묻고 따지는 것을 항명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기업 뿐 아니라 개인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지혜로운 방식으로 묻고 따지는 개인이나 기업은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상대가 누구든 당당하게 이유를 묻는 분위기는 모두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줍니다. 모두가 오너십을 갖게 되는 것은 덤입니다. 나이를 생각하고 직급을 고려하면서 상대가 왜 저렇게 고치고치 묻고 따지는지 언짷아 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오히려 위에서부터 주변에 있는 사람이나 조직원들에게 묻고 따지는 태도를 권장해야 합니다. 서로의 발전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저절로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가능합니다. 가까이 서로 그렇게 묻고 따지는 연습을 할 사람이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묻고 따지면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