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던 아침
오래전,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골프장에서 티샷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페어웨이는커녕 십여 미터 앞의 나무 한 그루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공을 쳐야 할지 몰라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그런데 티박스 앞에는 방향을 알려 주는 작은 화살표가 놓여 있었습니다. 공이 날아갈 길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그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만은 분명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클럽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화살표를 믿고, 보이지 않는 페어웨이를 향해 힘차게 샷을 날렸습니다. 공은 안갯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날 그 샷은 똑바로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져 있었습니다.
인생에도 이런 안개가 찾아옵니다.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거나, 준비해 온 계획이 예고 없이 무너지거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방향을 잃을 때, 우리는 갑자기 짙은 안갯속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방금 전까지 선명했던 길이 흐려지고, 다음 걸음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알 수 없어집니다.
많은 사람이 이 안개 앞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안개가 걷히기를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개는 인생에서 예외적으로 찾아오는 사고가 아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구도 피할 수 없이 반복해서 만나는 삶의 일부입니다. 문제는 안개를 만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안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습니다. 안개는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통과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렇다면 안갯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세 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첫째,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서 있는 자리부터 확인하십시오
안갯속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멈추어 서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개는 사람의 조급함이나 간절함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걷힐 때가 되면 걷히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그 자리에 머뭅니다.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방향 감각은 점점 더 무뎌집니다.
한 자영업자가 있었습니다. 오래 운영하던 가게의 매출이 갑자기 절반으로 줄었을 때, 그는 몇 달을 원인도 모른 채 “곧 나아지겠지”라며 버텼습니다. 상황이 저절로 풀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적자는 계속 쌓였습니다. 결국 그가 방향을 잡은 것은 안개가 걷힌 뒤가 아니라, 안갯속에서도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정직하게 들여다본 순간이었습니다. 매출 자료를 펼치고, 고객이 줄어든 시점과 이유를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안개는 그대로였지만, 최소한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는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지금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부터 종이에 적어 보십시오. 무엇이 변했는지, 무엇은 아직 그대로인지, 지금 손에 쥔 것은 무엇인지를 적는 것만으로도 안갯속에서 두 발이 딛고 선 자리가 분명해집니다.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정확히 아는 것이, 안개를 통과하는 첫걸음입니다.
둘째, 열 걸음이 아니라 한 걸음만 내딛으십시오
안갯속에서는 멀리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안갯속에서 열 걸음, 스무 걸음 앞의 길까지 미리 알아내려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억지로 보려 하면 조급함만 커지고,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됩니다. 안갯속에서 필요한 것은 먼 길을 내다보는 시야가 아니라, 바로 앞의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입니다.
그 골프장의 티박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페어웨이 끝까지 내다보려 했다면 샷은 제대로 나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 그 한 방향만을 향해 클럽을 휘둘렀을 때 공은 안개 너머로 곧게 날아갔습니다. 열 걸음을 미리 알고 친 것이 아니라, 지금 보이는 방향 하나를 믿고 스윙한 것입니다.
일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방향이 불확실할 때일수록 그날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실행 하나만 정해 보십시오. 다음 주, 다음 달의 계획이 아니라 오늘 할 수 있는 전화 한 통, 확인할 수 있는 숫자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 작은 걸음이 다음 걸음을 보이게 만듭니다. 안개는 한 번에 걷히지 않지만,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그만큼씩 물러납니다.
셋째, 방향 감각만은 놓지 마십시오
안갯속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눈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방향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길이 흐려져도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만 남아 있다면, 걸음은 헤매어도 결국 목적지에 닿습니다. 그러나 방향 감각마저 놓아 버리면, 걸음을 옮길수록 오히려 더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날 티박스에 놓여 있던 화살표가 바로 그 방향 감각이었습니다. 안개는 페어웨이를 지웠지만, 화살표는 지우지 못했습니다. 인생의 안개도 똑같습니다. 상황이 아무리 불확실해도, 끝까지 놓지 않아야 할 질문 하나만은 정해 둘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지키고 싶은가.” 앞서 언급한 자영업자도 매출이라는 안갯속에서 끝내 놓지 않았던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나는 이 가게에서 손님에게 무엇을 주고 싶었는가.” 메뉴를 바꾸고 방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그 질문만은 흔들리지 않았고, 그 질문이 그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금 겪고 있는 안개가 무엇이든, “이 상황에서 내가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한 가지는 무엇인가”를 한 문장으로 적어 두십시오. 그 한 문장이 안갯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는 유일한 화살표가 됩니다.
안개는 통과하는 것입니다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정직하게 확인하고, 보이는 한 걸음씩을 내딛으며, 방향 감각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 – 이 세 가지가 쌓일 때 안개는 비로소 지나가는 것이 됩니다.
안개는 없애려 할수록 짙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안개는 애초에 없앨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통과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안개 앞에서 멈추어 서 있던 사람은 비로소 다시 방향을 잡습니다.
다시 그 골프장의 티박스를 떠올려 봅니다. 안갯속에서 페어웨이는 끝내 보이지 않았지만, 방향을 가리키던 그 작은 화살표 하나가 샷을 흔들림 없이 만들어 주었습니다. 인생의 안개도 다르지 않습니다.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방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지금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 보이는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그리고 끝까지 놓지 않은 질문 하나가, 바로 우리 삶의 화살표입니다. 그 화살표를 믿고 힘차게 샷을 날리는 사람만이, 결국 안개 너머의 페어웨이에 도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