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시간을 잡아챈다

제주공항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쳐 글을 마무리했다는 건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과거엔 원고를 쓰려면 책상, 종이, 펜 같은 최소한의 도구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작은 스마트폰 하나와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든 글의 현장이 됩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는 소리, 창밖에 펼쳐진 활주로 풍경은 그저 배경이 아닙니다. 시간의 틈새, 이동의 공백, 기다림의 순간이 모두 창작의 재료로 바뀌는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장소와 상황이 글쓰기를 제약하지 않는다는 건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큰 자유입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도 의미가 큽니다. 이제는 ‘책상 앞에 앉아야만 글을 쓴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여행길의 카페, 병원 대기실, 공원 벤치에서도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 바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창작의 동반자가 된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중요한 건 ‘시간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잡아채는 것’입니다. 틈틈이 흘러가는 조각 시간을 모아 글 한 편을 완성할 수 있다면, 우리의 하루는 더 풍성해집니다. 결국 글쓰기는 장소가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