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은 퇴직하지 않는다
명함을 반납하던 날 30년 넘게 직장에서 일한 분들을 만나면 비슷한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요.” 직함이 적힌 명함을 반납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그 목소리는 점점…


명함을 반납하던 날 30년 넘게 직장에서 일한 분들을 만나면 비슷한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요.” 직함이 적힌 명함을 반납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그 목소리는 점점…

끊어진 문장이 다시 이어지는 시간 책상 위에 지난주에 다 읽은 책 한 권을 다시 올려놓습니다. 책장을 펼치기 전에 먼저 스마트폰의 구글 킵(keep)을 엽니다. 처음 읽을 때 말로 남겨 둔 기록이…

계기판 위에서 엔진과 모터가 자리를 바꾸는 순간 얼마 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바꾼 뒤, 차를 타면 계기판부터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필자는 장거리 고속도로를 달릴 일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신호등이 많은 시내…

질문을 받는 아이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필자는 장충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수업에서 매주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매 학기 지켰던 원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필자의 질문에 학생들이 대답을 하면, 그 대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닫혀 있다고 믿었던 문 코칭 자리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그걸 할 수 있을까요.” 이 말에는 늘 망설임이 붙어 있습니다. 그때 저는 되묻습니다. “왜 안 됩니까.” 짧은 질문 하나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던 아침 오래전,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골프장에서 티샷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페어웨이는커녕 십여 미터 앞의 나무 한 그루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공을 쳐야 할지 몰라…

세 개의 화면 앞에서 길을 잃다 책상 위에 노트북 세 대가 열려 있습니다. 한 화면에는 새 강의 기획안이, 다른 화면에는 편집 중인 영상이, 또 다른 화면에는 아직 답하지 못한 협업…

땅 속에서 잠든 씨앗 상담실에 마주 앉은 은행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20년을 넘게 일했는데, 제가 뭘 잘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실적이 나쁜 직원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성실함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첫 울음, 그 하나의 소리 분만실 문이 열리고, 아기의 첫 울음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열 달을 뱃속에 품었던 그 생명이 마침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손가락 열…

바위를 만난 강물 산에서 흘러내려온 강물이 커다란 바위를 만나면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합니다. 바위를 그대로 밀어붙이다 그 앞에 갇혀 버리거나, 방향을 틀어 바위를 돌아 흐르거나. 강물이 결국 바다에…

끄덕임이 대답이 되는 순간 회의실 스크린에 AI가 정리한 분석 보고서가 띄워집니다. 데이터는 정확하고, 결론은 매끄럽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누군가 묻습니다. “이 결론에 다른 의견 있으신 분 계십니까?” 침묵이 흐릅니다. 반박할 논리가…

손이 먼저 기억하는 문장 서재 한쪽에서, 십 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든 적이 있습니다. 어디에 그 문장이 있었는지 제목조차 가물가물했는데, 신기하게도 손이 먼저 오른쪽 페이지 아래쪽을 펼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