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문명 대전환기와 팬데믹 쇼크, 세상의 표준을 바꿀 기회
유럽 인구 1/5의 생명을 앗아간 페스트는 인류에게 큰 비극이었지만, 동시에 중세 암흑기가 끝나고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적 질병이 문명 교체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역사적 사실이다. 2020년, 전 세계를 팬데믹 쇼크에 빠지게 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역시 ‘위기와 기회’의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포 코로나’ 시대와 ‘애프터 코로나’ 시대로 세계사가 구분될 만큼, 인류 역사에 방점을 찍은 거대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도 인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생활 공간은 빠르게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갔으며, 그로 인해 기존의 산업 생태계 곳곳이 붕괴되고 다시 세워졌다. 다시 말해, 기존 문명과 디지털 문명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문명 교체의 과도기’였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문명 체계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스마트폰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생활에 익숙한 ‘포노 사피엔스 세대’ 간의 갈등이 팽팽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문명이 도래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동시에, 가능한 그 변화가 천천히 진행되기를 바랐다. 변하고자 하는 마음과 기존의 것을 고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상충했던 것. 사회 시스템 전반적으로도 지나친 변화를 경계하며, 규제를 통한 속도 조절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런 혼란 가운데, 코로나19가 인류를 덮쳐버린 것이다.
감염을 피하려는 인류는 비접촉 생활 방식으로 강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팬데믹 쇼크와 록다운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먹고 마시고 일하는 일상을 영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집 안에 가만히 앉아 해결하려면 스마트폰에 의존해야 한다. 디지털 문명으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더구나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에 익숙한 사람들이나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기반으로 한 사회 시스템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하고 심지어 더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표준이 비대면 생활이 가능한 포노 사피엔스 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이다.